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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글은 CROSSCOUNTRY지(Vol.60, 1999. 1-2)에 게재된 한 크로아티아
패러글라이딩 파일러트(Davor Jardas)의 기고문을 원문 그대로 옮긴 것이다.

1997년 7월 26일 토요일. 나는 그 날 비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어떤 예감에 사로잡혔다.
내 친구 마트코와 나는 아침 6시에 일어나 장비를 챙기고 나서, 샤워를 한 다음 대회가 열리는 부젯으로 출발했다.
날씨는 좋아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빗속을 차를 몰아 갔는데, 차에 장착된 온도계가 외부온도 16。C를 가리키고 있었다. 7
월의 기온으로는 매우 낮은 온도이다.
이 대회는 크로아티아의 첫 번째 공식적인 패러글라이딩 대회였다.
우리가 대회장에 도착했을 때 동료들은 이미 그 곳에 와 있었다. 보리스, 크루노, 카를로, 당코, 보조, 라도반, 스렉코, 레오, 즐레티보, 조바, 그리고 샌디. 모두 함께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라 우리들은 커피 한잔씩을 들며 수다를 떨었다.

나는 대회 본부로 갔다. 우리 모두는 정오 전 이륙장으로 이동하기로 합의하였다.
나는 자동차로 카를로 뒤를 따라 라스파다리카 이륙장으로 이동하였다.
이 곳은 나로서는 처음이었다.
고도는 해발 560m로 남향을 하고 있으며, 글라이더 4대를 나란히 펼쳐도 될 만큼 넓으나 비교적 이륙거리가 짧고 급경사이며, 약 100m 아래쪽에
철길이 지나가는 단점이 있다.

날씨는 회복되어 27。C 정도로 더웠으며, 하늘의 약 2/8가 멋진 적운으로 덮여 있었다.
타스크가 결정된 후 선수들에게 브리핑이 실시되었다.
14:30에 에어스타트를 하기로 하고, 스타트 표지는 철길 아래 풀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첫 번째 턴포인트는 이륙장 서쪽의 크르니카교회, 두 번째는 동쪽의 성 토마스교회, 그 다음에 부젯 남쪽으로 크게 가로질러 건너 갔다가 크르니카교회를 다시 찍는 타스크이다.
골은 부젯으로부터 정북서 방향의 초지로 정했다.

나는 정신 집중과 진정,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 사람들과 약간 떨어진 곳으로 걸어갔다.
만일 혼자였다면 나는 그 날 절대로 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육감같은 경고등이 내 내부에서 켜졌다.
그렇지만 나는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크고 가장 활동적인 클럽의 회장이었고, 뚜렷한 이유없이 비행을 포기한다면 자존심이 구겨질 것이다.

레오가 첫 번째로 이륙하였고, 다음으로 당코가 따랐다.
나는 얇은 반팔 티셔츠에 하얀 면셔츠와 얇은 바람막이 쟈켓을 입었다.
나는 내 에어코텍 탑 네비게이터를 왼쪽 다리에 붙이고, 무전기 주파수를 점검하였다.
또 낙하산도 살펴 보았다.
어떤 일이 닥치면 이게 필요하리라.

나는 14:05에 이륙하여 좋은 서멀로 바로 들어갔다.
첫 상승후에 탑 네비게이터의 바람 정보를 읽으니 서풍 내지 남서풍 16km/h였다.
우리들은 리지를 따라 비행하며 종종 올라오는 서멀을 잡았다.
약간 더웠지만 나는 사이드포켓에서 장갑을 꺼내 두 손에 꼈다.
우리들은 스타트 5분전인 14:25까지 리지를 따라 오르내리고 있었다.
동쪽편으로 욱카의 아름다운 산이 보이고, 그 옆에 비를 쏟아내고 있는 커다란 적란운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20km나 떨어져 있는데다가 풍하쪽에 있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에어스타트 10분전에 나는 좋은 고도를 잡고 있었다.
0.5 내지 3m/sec의 일정하고 멋진 서멀이었다.
14:25에 나의 사부인 당코가 진행요원으로부터 무전을 받았고, 몇마디 짧은 대화가 오간 후에 경기를 취소하기로 하는 결정이 내려졌다.

이유는 우리 위치로부터 수 km 북쪽에 있는 즈네브니카산(1,014m) 위에 구름이 크게 발달한 것이 관측되었기 때문이었다.
무전 메시지는 이어졌다. "경기 취소합니다. 착륙장으로 향하시기 바랍니다."
무전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서두르거나 당황한 기색없이 차분했다.
그래서 나는 서두르지 않고 태양쪽 하얗고 작은 구름을 향해 남쪽으로 나아갔다. 북쪽으로부터 덮쳐오고 있는 검은 악마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은 채.
큰 실수였다.

레오는 나보다 약 150m 남서쪽이었고 50m 정도 위에 있었다.
당코와 카를로도 서쪽으로 위에서 귀접기를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내 뒤 북쪽과 북동쪽에 있었다.
내 고도는 1,300m였고, 14:30에 내 생애 첫 B 스톨을 하기로 결심했다.
고도 1,000m가 될 때까지 7m/sec의 침하율로 강하하고 있었다.
그 때 B 스톨이 망가지면서 꽃봉우리 모양으로 양쪽 윙팁이 앞으로 꺾였다.
무섭고 싫었다.

B 스톨을 풀어주자 다시 펴지면서 날개가 안정되었고 나는 재차 B 스톨을 걸었다.
몇 분후에 바리오를 들여다 본 나는 깜짝 놀랐다.
2m/sec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위를 쳐다 보았을 때 클라우드 베이스가 1,300m로 낮아져 있었고, 레오가 막 구름속으로
빨려들고 있었다.
그는 구름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를 촬영하였다.

몇 초후에 B 스톨을 유지한 상태에서 5m/sec로 상승하며 나도 클라우드 베이스를 뚫고 들어갔고, 나의 시야는 하얗게 사라졌다.
이 시점에서 나는 아주 침착했다.
내가 구름의 끝자락에 있는데다가 GPS 콤파스 기능을 갖춘 탑 네비게이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쪽으로 향하고 구름을 빠져나오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나침반과 풋바를 챙기느라 허우적거리면서 귀중한 시간을 잃고 있었다.
나침반만으로 항로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나침반의 시간적 지체 때문에 남쪽으로 가다가 나중에는 북쪽으로 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내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다.
그 때 바리오의 바늘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10m/sec대에서 떨고 있었다.
두려움없이 내 생애 처음으로 A 라이저를 당겨 앞전을 완전히 접었다.
어둠의 악귀의 손아귀가 나를 옥죄어오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앞전을 완전히 꺾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상승률은 줄어들지 않았다.
내마음속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다보르, 너는 지금 적란운속에 들어왔어'.
전에 많은 사고보고서를 읽었었지만 생존의 탈출을 위한 한 구절도 기억나지 않는다.
점점 추워진다. 매우 춥다.
습기가 내 옷에 달라붙기 시작하더니 비가 내리고, 물방울들이 얇은 내 여름옷위에서 얼어붙고 있다.

무전기에서는 완전히 겁에 질린 목소리로 "다보르, 어디 있나? 라도반, 대답해···"라고
외치고 있었다.
절망적인 목소리로 조언해 준다.
"다보르, 어떤 일이 있어도 낙하산은 던지지 말게!"
어느덧 이 괴물속으로 들어온지 10분이 지났고 고도는 거의 2,600m였다.
나는 의외로 평온하고 진정된 이상한 마음 상태에 있었다.
무전기의 발악도 충고도 모두 나하고는 관계없는 듯이 신경쓰지 않았다.
대신에 내 마음속은 단 한가지 생각만으로 꽉 차게 되었다 ―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바람과 비와 얼음으로부터 내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무언가로 나를 감싸지 않으면 나는 얼어죽을 것이다.
나는 A라이저를 놓고 낙하산을 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패러글라이더를 끌어당겨 내 몸에 두룰 수 있도록.
A라이저를 풀어주자 바리오는 완전히 미쳐 18m/sec를 가리키고 있었다.
왼쪽 A라이저를 세게 잡아당겨 줄이 느슨해지자 스파이럴에 들어갔다.
나는 하네스 오른편에 있는 낙하산 손잡이를 거머쥐고 잡아당겨 어둠속으로 힘껏 집어던졌다.

그 때 진짜로 무섭고 공포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은 채 줄 끝에 흐물흐물 매달려 있고, 패러글라이더는 왼쪽 날개가
산줄 사이에 꼬여 있는 채 콘트롤을 잃고 있었다.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었기 때문에 낙하산이 펴지는 것이 쉽지 않은 듯 했다.
수 초후 둔한 파열음과 함께 산개되면서 내 글라이더를 쓰러뜨렸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드레날린의 분비와 함께 힘을 얻은 나는 캐노피를 끌어당겨 그 축축한 나일론을 덜덜 떨고 있는 내 다리에 감았다.

고도 4,500m에서 낙하산에 매달린 채 여전히 10m/sec로 끌려올라 가면서 살아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무전을 보냈다.
그 것이 나의 마지막 무전 송신이었다.
보리스는 나중에 침착한 내 목소리와 대비하여 가혹하게 울어대는 바리오의 비명에 두려웠다고 말해 주었다.
무전기가 다시 소리치기 시작했다.
"다보르, 어디 있나, 다시 송신해 줘."

친구여, 지금은 송신할 수 없다네.
왜냐하면 삶과 죽음을 갈라 놓을지도 모르는 한 방울의 힘도 아껴야 하기 때문일세 라고 생각했다.
긴 하강동안 뒤틀린 낙하산에 관한 사고보고서가 기억났다.
그러나 위를 쳐다보니 체코제 스카이 시스템즈 32 평방미터 짜리 낙하산은 안정되고 견고하다.
수 초 동안에 낙하산과의 신뢰관계가 생겨났다.
우박이 사방에서 나를 때리고, 헬멧과 하네스, 그리고 날개를 두드렸다.
바리오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톤으로 날카롭게 울어대고 있었지만 그 숫자가
나를 기절시킬 것 같아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이제 나는 가능한 모든 방향으로 이리저리 휘둘리고 있다.

번개가 내 주위에서 치면서 왼쪽, 오른쪽, 아래, 위의 난폭한 잿빛들을 폭파시키고 있다.
희미한 섬광이 있고 수 초가 지나면 어김없이 벽력같은 폭발이 뒤따른다.
저것은 얼마나 떨어져 있을까?
내 몸에 스치기만 해도 즉시 프라이가 되고 말거야.

다보르, 이 상황에서 살아날 기회는 제로야, 완전히 제로야, 현실로 받아들여. 거짓말같은 상황에서 나는 신에게 살려달라고 절망적으로 기도했다.
내 장례식에 사람들이 많이 올까?
리제카 근처에 사시는 내 아버지는 내가 지금 당신 위에 여기 이렇게 있는 것을 아실까?
당신의 외동 아들이, 이것이 나의 마지막 순간들이었다는 것을....

그 때 무언가 다른 것이 내 마음을 때렸다.
다보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포기해선 안돼, 너는 아직도 살아 있잖아, 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어?
바리오를 얼른 보니 내가 6,000m 고도에 있다고 표시하고 있다.
그 고도라면 산소결핍으로 의식을 잃거나 얼어버릴 것이다.
산소공급을 촉진하여 졸도를 막기 위해 나는 의식적으로 호흡을 빨리 했다.
공기는 살벌하게 추워졌다.
나는 거의 20,000피트에 올라와 있고, 바람은 무섭게 불고 있다.
나는 얼어가고 있다.
아니, 춥다는 것을 느낄 수 조차 없다.

내 친구 칼만이 생각났다.
그는 히말라야 피상봉에서 눈사태에 갇혔으나 다리가 부러진 채 살아 나왔다.
그는 살고자 하는 엄청난 정신력으로 동상도 이겨냈고, 특히 포기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다보르, 나는 이제부터 네가 추위를 느끼는 사치를 금지한다.

얼마나 높이 올라가게 될까?
얼마나 오랫동안?
나는 지금 어디 있는 걸까?
언제쯤, 그리고 어디쯤에서 이 구름으로부터 벗어나게 될까?
나는 다시 침착해졌다.
이제부터는 아주 사소한 한가지라도 삶과 죽음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이다.
아직 의식이 있고, 또한 아직 멀쩡한데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캐노피로 몸은 잘 감쌌는가?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써 캐노피를 한번 더 끌어다가 몸을 더 잘 감쌌다.
약해짐을 느낀다.
만약 의식을 잃는다 해도 질식하지 않고 숨을 쉴 수 있도록 머리를 움직여 가슴 아래로 늘어뜨렸다. 그 다음에는 동상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캐노피가 나를 잘 감싸고 있는지 살폈다.
잠시동안 의식을 잃은 것으로 가정하여 캐노피를 감싸쥐고 있는 손을 놓아봤더니 괜찮은 것 같았다.

적란운은 나를 더 높이 6,500m로 20m/sec 상승율로 끌어 올렸다.
추위는 참을 수 없을 만큼 심하다.
그 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하네스와 내 등 사이로 얼음바람이 불어닥치는 것이다.
내 다리끈이 가랑이를 파고들며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으나 그것은 다른 모든 것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낙하산은 계속하여 내 주위를 빙빙 돌고 덜컹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내 위에 있는지, 아래에 있는지 잘 모른다.
솔직히 말해, 상관도 없다.

그 때 갑자기 하강하기 시작했다.
3 내지 17m/sec의 침하율로 3,300m까지 떨어졌다.
그 다음 다시 5,500m까지 상승한 다음 다시 하강하기 시작했다.
문득 무언가가 보였다.
땅이다.
눈을 믿을 수가 없다.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이 다시 생겨났다.
땅, 어머니 품같은 땅, 그것이 존재하고 있다.
여기 있다.
내가 땅을 바라보며, 그것을 향해 가고 있다.
아름다운 호수, 숲, 자연. 우박이 거의 수평으로 떨어진다, 녹고, 따뜻해져서 굵은 빗방울로 바뀐다.
그런데 낙하산이 뱅뱅 돌면서 떨어지는 것이 통제불능이다.
이제는 전혀 새로운 상황이다.
나는 이제 착륙이라는 새로운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나는 내 몸을 감싸고 있는 캐노피를 걷어내어 조금씩 풀어줌으로써 저항을 키워 하강속도를 늦출 수 있으면 했다.
그러나 내가 너무 단단히 감쌌나 보다.

국면은 더 나빠졌다.
고압선과, 산에 불이 나 나뭇가지들이 삐죽삐죽하게 사방으로 내뻗고 있는 곳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안돼!
천신만고 끝에 결국 고압선이나 날카로운 나뭇가지 위에서 최후를 맞게 되는가?
다보르, 다치지 않고 적란운에서 빠져나오게 된 기적에 감사하게.
마음속으로 착륙과 구르기를 생각했다.
착륙시 구를 준비로 두 다리를 모으려고 노력하면서 근육을 풀었다.
불과 몇 미터 위로 고압선을 지나면서 에어백으로 나무를 쳤다.
그것이 충격을 흡수해 주었다.
나는 얼고, 젖고, 겁에 질리고, 충격상태이나 전혀 다치지 않고 아직 살아서 이렇게
두 발로 땅을 딛고 서 있다!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추위에 떨고 있는 나는 영락없이 비에 젖은 개나 고양이같다.

나는 탑 네이게이터에 내 경험을 기록시키고 나서, 처음 구름속에 빨려들어간 곳으로부터 21km나 날아 온 것을 알았다.
나는 도로 한복판에 서서 엄지 손가락을 세우고 지나가는 차를 세울려고 노력하였으나 차들은 모두 나를 빙 돌아 비켜서 지나가 버렸다.
덜덜 떨면서 계속 걸었다.
다보르, 생각해 봐. 흠뻑 젖고, 룩색은 머리에 인 채 나뭇가지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으며 나일론 덩어리를 손에 들고 있는 너는 산도깨비 그 자체가 아니냐.
너를 차에 태워 줄 만큼 미친 사람이 누가 있겠어?
나는 다시 스스로를 달랬다.
지금은 죽고 살고의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걷다보니 곧 수슨제비카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이다, 사람들이다!
어떤 집으로 다다가니 사람사는 온기가 느껴졌다.
세발자전거, 자동차, 농기구 등이 여기저기 있었다.

나는 지친 몸을 이끌고 간신히 현관앞에 올라서서 벨을 누르고 문을 노크했다.
한 남자가 나왔다.
나는 감정이 격해지는 것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도와주세요, 패러글라이더 비행을 하다가 먹구름에 빨려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지금 매우 춥고 쇼크상태입니다.
여기서 제 친구들에게 전화 좀 할 수 없을까요.
제발 도와주세요."

브랑코 라바르란 이름의 그 사람은 기꺼이 나를 집안으로 맞아들였다.
훌륭한 사람이다.
나는 그에게 대회본부의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었다.
그의 아내는 담요를 가져와서 나를 감싸 주었다.
그들에게 "제가 여기에서 이렇게 여러분께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적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자 더러운 것들과 땀과 두려움, 쇼크까지도 말끔히 씻겨 내려갔다.
우리들은 햇볕이 빛나고 있는 발코니에서 차를 마셨는데 하늘은 크리스탈처럼 파랗고
내가 오후 내내 사투를 벌였던 선더스톰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오후 4시, 적란운에 들어간 이후 1시간 30분만에 완전히 새로운 날이 시작된 것이다.


다른 사람들....

내 사부 당코는 풀 스톨에 이은 몇 바퀴의 네가티브 스핀으로 고도를 낮춰 초지에 착륙하였다.
카를로는 지면 가까이에서 네가티브에 들어가 약 30m 고도에서 낙하산을 던졌고, 이것이 채
완전히 펴지지 않았으나 그의 캐노피가 전봇대에 걸려 찢어지면서 체중을 받쳐주는 통에 다치지 않고 착륙하였다.

스렉코는 한쪽 라이저 모두를 잡아당겼는데 이것은 아마도 패러글라이딩의 새로운 기동법일 것이다. 날개가 심한 스파이럴에 들어갔는데, 클라우드베이스 바로 아래에서 이런 상태를 20분간이나 지속하였다. 그는 후에 여러 날 동안 팔에 감각이 없다고 했다.

라도반은 가운데 몇 셀만 남겨두고 귀접기를 했는데도 여전히 10m/sec씩 상승을 하였으나
종국에는 적란운이 뱉어냈다.
방향감각을 완전히 상실한 채 글라이더를 제 때 펴지 못해 지면에 강하게 충돌하였다.
심각한 타박상과 발목골절을 당했으나 믿을 수 없게도 더 이상의 부상은 없었다.

크루노는 풀 스톨을 걸었는데 회복시키고자 했으나 캐노피가 출렁거리다가 산줄 사이에 꼬이고 말아 낙하산을 던지게 됐다.
적란운이 그는 봐줬다.
그러나 그는 그의 캐노피를 끌어당기지 못해 뒤로 떨어지면서 척추를 다쳤다.

레오는 적란운속에서 나와 똑같은 대접을 받았다.
그는 낙하산을 던지지않았고 (그는 그래도 스키 쟈켓을 입고 있었다)
두 발을 A라이저에 걸어 밑으로 당겨 내림으로써 앞전을 완전히 꺾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욱카 근처 숲속에 내동댕이쳐졌다.
우리 모두 일곱 개의 바람앞의 촛불같은 입장이었으나 모두 살아났다.
저녁 때 나는 우리의 새 인생을 자축하기 위해 모두를 초대하였다.
우리는 '행운'이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으로 몰려갔다.
식사후 잠자리에 들어 생명을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완전히 깊은 잠에.